함대정

작가1920–1959읽는 시간 3분

짧은 활동을 한 함대정의 화면은 왜 한국 큐비즘 수용에서 중요할까?

함대정(1920–1959)은 소와 인물, 도시 풍경을 날카로운 사선과 대각선으로 분할해, 전쟁 전후 한국 구상회화가 추상적 화면 구조로 이동하는 짧지만 선명한 사례를 남긴 작가입니다. 퐁피두 한화 전시에서 1950년대 한국의 큐비즘 수용과 전쟁기 회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그의 작품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확인 가능한 생애와 늦은 작업 시작

평안북도 박천에서 태어난 함대정은 일본 주오대학 경제학부에 다녔으나, 전쟁을 피해 중국으로 이동했다가 해방 후 귀국했습니다. 그가 회화에 본격적으로 몰두하기 시작한 것은 1950년경으로, 1959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약 7~8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화업을 이어갔습니다. 자료의 제한으로 인해 그의 생몰년이 1917년생으로 잘못 표기되기도 하나, 공식적인 기록에 따라 1920년 출생으로 확인됩니다.

전쟁기 대구·부산의 미술 환경

1950년대 한국은 해방과 한국전쟁이라는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함대정은 전쟁 중 피란지였던 대구와 부산을 오가며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 시기 피란지 미술계는 전후 서구미술 이론이 재유입되는 환경 속에서, 사실적인 대상을 유지하면서도 화면 구조를 해체하는 새로운 실험이 나타나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소》의 사선과 면 분할

함대정의 시각적 언어는 대상의 윤곽을 날카로운 사선으로 나누고, 면마다 다른 방향과 색을 부여하여 화면에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표작인 《소》를 비롯해 《덕수궁》, 《왕십리변전소》 등의 작품을 보면, 소나 건물, 풍경이 어떤 면과 색으로 다시 조립되었는지 관찰할 수 있습니다.

작품을 감상할 때는 단순히 '큐비즘의 영향'이라는 틀에 갇히기보다, 대상이 유지되는 부분과 기하학적으로 끊기는 부분을 나누어 보고 대각선이 만들어내는 움직임과 불안감을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 큐비즘 수용의 짧은 연결

함대정의 작업은 퐁피두 전시의 선정작을 유명 서구 작가의 영향만으로 보지 않고, 1950년대 한국에서 큐비즘이 현실 소재와 결합해 구세대에서 신세대로의 전환을 이끈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는 한묵, 이수억, 변영원, 박영선, 박래현 등 1950년대 작가들과 함께 한국 큐비즘 수용의 주요 사례로 분류됩니다.

비록 짧은 생애와 작품의 분산으로 인해 작가 연구와 귀속에 어려움이 있지만, 그가 남긴 기하학적 화면 분할의 실험은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뚜렷한 발자취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