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슨트립
기하학적 추상

기하학적 추상

개념미술 · 표현 양식제작: 리슨트립
카지미르 말레비치, 〈절대주의 구성〉, 1916. 기하 형태의 방향·크기·색 관계가 비재현적 공간을 만든다.

기하학적 추상은 직선과 원, 사각형 같은 기하 형태의 크기·방향·색·간격을 중심으로 작품을 구성하는 추상미술의 한 경향입니다. 추상미술 전체를 뜻하는 말은 아니에요. 형태가 흐릿하게 번지거나 자유로운 몸짓을 드러내는 추상도 있으니까요. 또 기하 형태를 쓴다고 해서 모두 대칭이거나 자로 잰 듯 정밀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구성》을 보면 그 차이가 금방 드러나요. 큰 파란 면이 기울어져 있고, 주변의 작은 색면들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합니다. 어디에 놓인 물건인지 짐작할 만한 탁자도 바닥도 없어요. 그런데도 그림은 텅 비거나 멈춰 있지 않습니다. 단순한 도형 사이에서 왜 움직임이 느껴질까요?

형태를 나누던 실험에서, 형태 자체의 관계로

20세기 초 큐비즘은 사물의 모습을 여러 면으로 나누고 다시 조직하면서, 한 시점에서 본 풍경을 창문처럼 보여주는 관습을 흔들었습니다. 기하학적 추상의 형성에는 이런 실험이 중요한 배경이 됐어요. 일부 작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알아볼 수 있는 사물 없이도 선과 색면이 하나의 그림을 이룰 수 있는지 탐구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변화가 한 방향의 발전표처럼 진행된 것은 아닙니다. 몬드리안에게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요소가 맺는 질서와 조화였고, 말레비치는 대상을 재현하는 역할에서 벗어난 색과 형태의 가능성을 밀고 나갔어요. 비슷한 도형을 사용해도 작가가 해결하려는 문제는 달랐습니다. 그래서 ‘기하학적 추상’은 하나의 선언문을 공유한 집단 이름보다 여러 시도를 살펴볼 수 있는 넓은 분류로 이해하는 편이 좋습니다.

말레비치의 색면은 어디에 떠 있는가?

1916년의 이 《절대주의 구성》에서는 큰 파란 사각형 아래를 짙은 자줏빛 막대가 가로지르고, 왼쪽에는 길쭉한 초록 면이 서 있습니다. 작은 빨강과 노랑, 검정 형태들이 주변을 나누어 차지해요. 도형의 이름만 말하면 모두 단순하지만, 화면에서 맡는 역할은 달라 보여요. 넓은 파란 면에 눈이 머물다가 그 아래로 길게 뻗은 막대를 따라 옆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비슷한 각도로 기울어진 부분이 이어지면서 시선도 비스듬하게 이동합니다.

눈에 익은 풍경이라면 수평선과 바닥을 기준으로 위아래와 거리를 가늠할 수 있겠죠. 여기에는 그런 기준이 없습니다. 면이 겹치는 곳에서는 앞뒤가 생기는 듯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잴 수는 없어요. 흰 바탕은 하늘이나 벽으로 확정되지 않고, 색면들이 놓일 열린 공간처럼 남습니다. 형태들의 기울기와 간격이 깊이와 움직임을 암시하는 동시에, 익숙한 장소로 정착하는 것을 막는 셈입니다.

이는 말레비치가 1910년대에 전개한 절대주의의 문제와 연결됩니다. 나무나 인물의 형태를 더 잘 옮기기보다, 색을 지닌 면만으로 감각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었어요. 기하 형태는 감정을 없애는 수단이 아니라 재현 대상에 기대지 않고 공간을 경험하게 하는 수단이 됩니다. 그림이 역동적으로 느껴진다면, 그 감각은 화면 바깥의 이야기를 몰라도 형태의 관계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같은 직선이 향한 서로 다른 목표

몬드리안의 수직·수평 구성을 떠올리면 차이가 선명해집니다. 말레비치의 면들이 열린 바탕 위에서 기울고 겹친다면, 몬드리안의 선들은 화면을 나누고 색면들이 서로 대응할 틀을 만듭니다. 몬드리안이 참여한 데 스테일은 미술과 건축 등 여러 분야가 새로운 시각 언어를 공유할 수 있다고 보았고, 그는 조화로운 사회에 대한 생각을 예술과 연결했습니다. 차분한 격자에도 세상이 어떻게 구성될 수 있는가라는 큰 기대가 담겨 있었던 것이죠.

기하 형태에 대한 관심은 캔버스 바깥에서도 이어졌습니다. 러시아 구성주의의 타틀린은 나무·금속·유리 같은 재료를 실제 공간에서 조합하는 작업을 했고, 바우하우스에서는 미술과 건축·그래픽 등 여러 분야의 교육이 만났습니다. 이들을 모두 같은 운동이라고 묶으면 작품이 왜 만들어졌는지가 흐려져요. 회화의 감각을 탐구하는 일, 재료를 조립하는 일, 생활 공간을 설계하는 일은 서로 교류하면서도 다른 과제를 가졌습니다.

정확한 도형보다 중요한 배치

다시 말레비치의 큰 파란 면으로 돌아오면, ‘사각형이라서’ 생기는 인상과 ‘그 사각형이 그렇게 놓여서’ 생기는 인상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기울기를 바로 세운다고 상상하면 주변 막대들과 함께 비스듬히 흐르던 방향이 끊기고, 크기를 줄인다고 상상하면 화면에서 차지하던 무게도 달라져요. 같은 도형을 남겨두어도 관계를 바꾸면 다른 그림이 되는 이유입니다.

기하학적 추상을 읽는 데 복잡한 수학 공식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모양이 단순한 덕분에 오히려 크기와 간격, 방향의 차이를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어요. 말레비치의 색면은 바닥에 단단히 놓인 물건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기울기와 겹침으로 시선을 이끕니다. 처음에는 낱개의 도형으로 보였던 것들이 서로 기대거나 멀어지는 공간으로 읽히는 것이죠. 기하 형태가 생생해지는 이유를 도형 자체의 복잡함보다 그 사이에서 찾게 됩니다.

자료 더 읽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기하학적 추상 개관 · 《절대주의 구성》의 작품 기록과 공간 해설 · 쿤스트잠룽의 몬드리안과 데 스테일 해설

참고자료 · 제작 안내
  1. Geometric Abstraction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 공식 출처

    기하학적 추상의 평면성, 몬드리안의 수직·수평 구성과 말레비치의 절대주의를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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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Kazimir Malevich (1878-1935), Suprematist Composition | Christie's · Christie’s

    《절대주의 구성》의 1916년 제작과 재료·규격을 경매 작품 기록에서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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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Kunstsammlung NRW: Piet Modrian · Kunstsammlung Nordrhein-Westfalen · 공식 출처

    데 스테일의 출범과 몬드리안의 색면·격자·회전 실험을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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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리슨트립

자료 조사에 AI를 활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