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비적 조각

개념재료/매체읽는 시간 4분

조각이 기념비적이라는 것은 단지 크기가 크다는 뜻일까?

기념비적 조각은 큰 규모, 무게감, 지속성, 설치 위치를 통해 관객의 몸과 공간을 압도하거나 집단적 기억과 권위를 환기하는 조각 매체입니다. 우리는 흔히 거대한 조각을 마주할 때 그 압도적인 크기에 먼저 놀라게 됩니다. 하지만 조각에서 기념비적이라는 말은 단순히 물리적인 크기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1. 기념비성과 기념물

기념비적이라는 개념은 기념물과 구분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기념물은 특정한 사건이나 인물을 기리고 기억하기 위한 기능적인 목적을 가집니다. 반면 기념비성은 작품이 지닌 규모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공간적 효과를 설명하는 용어입니다. 따라서 작은 작품도 조형적인 비례를 통해 기념비적인 효과를 낼 수 있으며 반대로 거대한 작품이라도 권위적이지 않고 장난스럽거나 친밀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2. 크기, 무게, 그리고 재료

기념비적 조각의 가장 큰 특징은 인체보다 훨씬 큰 스케일과 청동, 석재, 강철과 같은 재료가 주는 묵직한 물성입니다. 고대의 건축 부속 조각이나 근대 국민국가의 동상에서 출발한 대형 조각은 20세기에 이르러 대형 추상조각으로 그 범위가 확장되었습니다. 이러한 거대한 덩어리는 단순하고 선명한 윤곽을 가지며 주변의 건축물이나 넓은 하늘 그리고 군중과 강렬한 대비를 이룹니다.

3. 청동주조와 표면

야외에 설치되는 대형 조각은 주로 청동으로 제작됩니다. 청동은 오랜 시간 야외의 환경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청동 조각을 감상할 때는 가까이 다가가 표면의 질감과 주조 과정에서 생긴 이음매를 살펴보고 표면에 반사되는 빛이나 사람들의 손길이 닿아 반짝이는 손때의 흔적을 관찰하는 것이 좋습니다.

4. 보테로의 확대된 신체

페르난도 보테로는 인체와 동물의 부피를 크게 변형하고 이를 청동으로 옮겨 미술관 밖 광장에서도 강력한 촉각적 존재감을 만들어낸 대표적인 작가입니다. 그의 확대된 인체를 단순히 뚱뚱한 형상으로만 보아서는 안 됩니다. 보테로의 작품은 거대한 크기와 매끄러운 청동 표면 그리고 그것이 놓인 공간과 관객의 신체가 맺는 관계 속에서 읽어내야 합니다.

보테로의 조각은 크기, 청동 표면, 공간, 그리고 관객 신체의 관계로 읽어야 합니다.

5. 광장과 관객의 동선

대형 독립조각이나 공공 설치 작품은 관객의 동선을 적극적으로 유도합니다. 기념비적 조각은 한 방향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방향에서 작품의 주위를 돌아보며 감상하도록 설계됩니다. 좌대의 유무에 따라 작품이 군중 속에서 어떻게 떠올라 보이는지 혹은 관객과 같은 눈높이에서 어떻게 소통하는지 살피는 것도 중요한 감상 포인트입니다.

6. 몸으로 감상하기

대형 조각의 크기와 재료는 관객의 신체 경험을 완전히 바꾸어 놓습니다. 작품 앞에 서서 자신의 키와 조각의 높이를 비교해 보세요. 가까이에서 만질 수 있는 부분의 촉감을 느끼고 멀리 물러서서 주변의 빈 공간과 어우러지는 전체적인 윤곽을 조망해 보시기 바랍니다. 기념비적 조각은 눈으로만 보는 것을 넘어 온몸으로 그 규모와 공간감을 체험하는 예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