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슨트립

오랑주리의 《피아노 치는 소녀들》, 두 사람의 손과 시선을 따라 보기

추천 아티클제작: 리슨트립수정일

피아노 앞에 두 소녀가 있지만, 건반에 손을 뻗은 사람은 한 명이에요. 다른 한 명은 그 뒤에서 몸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오랑주리의 르누아르 《피아노 치는 소녀들》을 볼 때는 누가 연주하는지 찾은 다음, 두 사람의 시선이 어디에서 만나는지 따라가 보세요. 이름이나 줄거리를 많이 알지 않아도 그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출발점이에요.

이 글에서 보는 작품은 오랑주리가 소장한 1892년경의 유화예요. 같은 제목의 그림이 오르세에도 있지만 서로 다른 캔버스입니다. 오랑주리 작품은 세로 116cm, 가로 81cm로, 스마트폰 화면에서 볼 때보다 인물의 몸짓과 붓질을 넉넉하게 살펴볼 수 있는 크기예요.

오귀스트 르누아르, 《피아노 치는 소녀들》, 1892년경. 오랑주리 소장본 전체 모습.

건반으로 내려가는 손, 악보로 올라가는 손

먼저 앞에 앉은 소녀의 팔을 봐요. 오른손은 건반 위로 내려가고, 다른 손은 악보 아래쪽으로 올라가 있습니다. 한 사람이 하는 두 동작이 화면의 위아래를 연결해요. 연주하는 손만 보고 있으면 피아노에 머물지만, 올라간 손을 따라가면 펼쳐진 종이에 닿습니다.

그다음 뒤에 선 소녀를 보세요. 한 손은 의자 등받이를 잡고 있고, 다른 팔은 피아노 위로 굽어 올라가 있어요. 두 팔이 앞쪽 인물의 주변을 넓게 감쌉니다. 서로를 마주 보지는 않는데 몸의 간격은 가까워요. 가까운 사이처럼 느껴진다면, 그 느낌을 만드는 것이 얼굴 표정인지 겹쳐진 자세인지 비교해볼 만해요.

두 소녀의 얼굴은 모두 화면 오른쪽의 악보 쪽을 향합니다. 감상자가 보는 방향도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모여요. 악보에서 실제 곡명을 찾아내기보다, 작은 종이 한 장이 두 인물을 같은 장면에 묶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먼저 살펴보세요. 소녀들의 이름이나 가족관계를 알아야만 읽을 수 있는 장면은 아니에요.

피아노의 모서리와 몸의 곡선

시선을 조금 넓히면 오른쪽 피아노와 왼쪽 의자가 보입니다. 건반과 악보 받침의 단단한 선 사이로 팔과 머리카락, 드레스가 둥글게 이어져요. 특히 뒤쪽 소녀의 팔꿈치에서 어깨로, 앞쪽 소녀의 머리에서 등으로 눈길을 옮겨보면 몸이 만드는 굽은 선을 찾기 쉬워요.

하나의 색도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요. 앞쪽 소녀의 허리에 묶인 푸른 리본을 본 뒤 드레스의 그늘과 배경으로 시선을 옮겨보세요. 리본에서는 짙게 모이고, 다른 곳에서는 옅은 색 사이로 흩어집니다. 뒤쪽의 분홍 옷은 밝은 드레스와 나란히 놓여 두 인물의 몸을 구분해줘요. ‘따뜻한 그림’이라는 첫인상 뒤에 어떤 색의 배치가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왜 배경은 덜 또렷해 보일까?

인물 뒤의 벽면은 가구나 무늬가 하나하나 설명되어 있지 않아요. 세로로 남은 푸른색과 노란색 붓질, 밝은 바탕이 함께 보입니다. 반면 얼굴과 손, 악보는 장면을 알아보게 할 만큼 모양이 잡혀 있어요. 어디는 자세히 볼 수 있고 어디는 눈이 지나가는지, 그 차이도 이 그림의 일부예요.

오르세 미술관의 동명 작품 해설은 오랑주리 소장본을 유화 습작으로 설명합니다. 습작은 구도나 표현을 탐색하며 그린 작업을 뜻해요. 그래서 오르세 소장본에 관한 국가 매입 이야기를 이 그림의 이력으로 옮기거나, 두 작품을 같은 그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아요.

습작이라는 말을 알고 나면 덜 또렷한 부분을 결함처럼 보게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여기서는 붓질이 남아 있는 배경과 몸의 윤곽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그림에서 한 걸음 물러나 인물 둘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고, 다시 손과 얼굴로 눈을 돌려보세요. 멀리서는 연결되고 가까이서는 풀어지는 부분이 어디인지 스스로 찾을 수 있어요. 관람객의 통행과 작품 보호선을 지키면서 편안한 거리를 고르면 됩니다.

오랑주리에서 이 한 점을 찾는다면

현재 오랑주리 공식 작품 안내는 위치를 지하 2층(Level -2) 12실로 표시하고 있어요. 작품 이동이나 대여로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 전에 이 페이지를 확인해두세요. 작품명 Jeunes filles au piano와 르누아르의 이름을 함께 기억하면 현장에서 찾기 편해요.

이 그림을 본 뒤 주변 컬렉션이 궁금해졌다면 오랑주리 아래층 컬렉션 이야기로 이어갈 수 있어요. 현장에서 작품별 해설을 고르려면 오랑주리 오디오 가이드의 수록 작품을 살펴보세요. 《피아노 치는 소녀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림을 떠나기 전에는 악보에서 두 사람의 얼굴로 시선을 되돌려보세요. 처음에는 ‘피아노 치는 소녀들’로 보였던 장면에서, 이제는 연주하는 사람과 옆에서 함께 악보를 읽는 사람의 서로 다른 몸짓이 보일 거예요. 무엇을 연주하는지보다 어떻게 함께 있는지가 오래 남는 감상도 가능합니다.

참고자료 · 제작 안내
  1. Jeunes filles au piano — Musée de l’Orangerie · Musée de l’Orangerie · 공식 출처

    오랑주리 소장본의 제작 시기, 재료, 크기, RF 1960 16 정체성과 현재 전시 위치. 작품 도판 직접 관찰과 설명을 대조.

    자료 확인일 · 자동 확인

  2. Jeunes filles au piano — Musée d’Orsay · Musée d’Orsay · 공식 출처

    동명 오르세 소장본(RF 755)과 별개이며 오랑주리 소장본은 유화 습작으로 설명됨.

    자료 확인일 · 자동 확인

제작: 리슨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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